설국- 민음사, 유숙자 역. Cloud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첫문장에 반해 읽기 시작했는데 문장이 아름다울 뿐 이해도 공감도 못하겠다.
게이샤와 한량 이야기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모두 의아하고 정신없기만 할 뿐 마음에 와 닿지 않고 이해 할 마음조차 들지 않음. 특히 전반부가 심하고, 후반부에 대사가 거의 없이 서술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자 비로소 집중 할 수 있었다. 초반부는 '나 이 책 읽기 싫은가봐. 집중이 안돼네' 하는 느낌으로 읽었고 지리멸렬한 기분까지 느낌. 시간 설정이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은데 사실 이런건 이 책의 서술에 있어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이것조차 싫어질 지경이었다. 시대배경을 알면 이해와 공감이 쉬워지지 않을까? 스스로를 타일렀는데 사실 이건 매우 오래된 이야기라 당시에는 한량으로 살며 직접 본적도 없는 서양무용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어처구니ㅋ)  결혼은 했지만 싱글처럼 유유자적하게 여행이나 다니며 게이샤 있는 온천을 드나들면서(기생집에 온천이 있다는 게 맞겠지만) 여기저기 집적대고 엣헴거리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라 납득하고 싶었을 뿐이다. 보는 내내 작가=시마무라 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어 차라리 그때에 통용되는 상식은 이런 것이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 특히나 고모카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얘는 대체 왜 이러지?) 시마무라의 말과 행동은 내내 짜증났다. 시마무라 대사가 나오는 부분도 정말정말 싫었음. 말투 완전 싫어!!!!! 유코는 오염된 적 없는 순수하고 깨끗한 이상향 처럼 표현되어 있는데 유코를 보는 시마무라의 그 시선이 너무 싫다. 유코를 두고 아름다운 목소리와 찌르는 듯한 눈빛이란 표현이 계속 나오는데 때묻지 않은 산골 처녀의 말간 눈빛을 상상하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 하기라도 해야하는 건가-_-  
  
#고즈넉한, 고요하고 평안한,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껴야하며(이 소설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음)
역자의 말에서 빌어오자면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눈뿐인 차갑게 가라앉은 적요한 마을', 
'눈에 파묻힌 산골의 자연 풍경 그리고 눈 지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튼한 서정과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진 배경 속에서 그 아련한 매력을 발산하는 소설' 인데 배경묘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와는 안 맞는 듯 하다. 물론 서사도 없이 감각적이기만 하고 허무한 이야기도 싫고, 신랄하고 재치있게 비꼬는 것은 좋아도 우울증이 의심되는 이야기들도 싫다.

# 후반부, 지지미 산지의 눈 쌓인 마을 풍경을 서술한 부분에서 자꾸 발갛게 얼어터진 어린애의 맨발이 생각났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일본 영화 때문인데 가련한 이야기인 것과는 별개로 추운 겨울, 눈 쌓인 산속에 외따로 지어진 허름한 집 주변에서 나막신을 신고 서 있는 주인공 가족을 보고 가난의 상징인가 일본 문화가 저런건가 문화라기엔 말도 안돼지 않나 생각했던 그때의 심경이 되살아남. 

# 책 표지에 써 있는  
서울대 권장도서, 12년에 걸쳐 섬세하게 조각된 동양적 미의 세계, 눈 덮인 니가타 지방의 아름다운 정경,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일본 문학 최고의 경지, 자연과 인간 운명에 내재하는 존재의 유한한 아름다움을 우수 어린 회화적 언어로 묘사, 시적이면서 우아한 문체의 풍요함. 이라는 소개글들에 공감불가. 특히나 존재의 유한한 아름다움... 롸? 
가끔씩 이건 일본어로 어떻게 쓰는거지? 혹은 일본어로 보면 아름다운 문장일 것 같다(일본어 1도 모르는게 함정) 싶긴 했어도 결국 내가 느낀 아름다움의 한계는 거기까지 였다.  

#설명할 순 없는 공허하고 오싹한 부분이 있음.


[책속에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그걸로 족해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여자 뿐이니까.

-지금의 일본 무용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책이라는 점이 오히려 그를 안심시켰다고 해도 좋다. 자신이 하는 일로 스스로를 냉소한다는 것은 어리광을 부리는 즐거움이기도 하리라. 바로 이런 데서 그의 슬픈 몽환의 세계가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곤충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가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그의 방 다다미 위에는 거의 날마다 죽어가는 벌레들이 있었다. 날개가 단단한 벌레는 한번 뒤집히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벌은 조금 걷다가 넘어지고 다시 걷다가 쓰러졌다. 계절이 바뀌듯 자연도 스러지고마는 조용한 죽음이었으나, 다가가보면 다리나 촉각을 떨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들의 조촐한 죽음의 장소로서 다다미 여덟 장 크기의 방은 지나치게 넓었다. 
시마무라는 죽은 곤충들을 버리려 손가락으로 주우며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을 문득 떠올리기도 했다.
창문 철망에 오래도록 앉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이미 죽은 채 가랑잎처럼 부서지는 나방도 있었다. 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도 있었다. 손에 쥐고서,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운가 하고 시마무라는 생각했다.

- 하지만 이런 애착은 지지미 한 장만큼의 뚜렷한 형태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옷감은 공예품 가운데 수명이 짧은 편이긴 해도, 소중하게만 다루면 50년 이상 된 지지미도 색이 바래지 않은 상태로 입을 수 잇지만, 인간의 육체적 친밀감은 지지미만한 수명도 못 되는 게 아닌가 하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려니,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고마코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시마무라는 움찔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잊은 듯, 오래 머물렀다. 떠날 수 없어서도, 헤어지기 싫어서도 아닌데, 빈번히 만나러 오는 고마코를 기다리는 것이 어느새 버릇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고마코가 간절히 다가오면 올수록 시마무라는 자신이 과연 살아 있기나 한 건가 하는 가책이 깊어졌다. 이를테면 자신의 쓸쓸함을 지켜보며 그저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것뿐이었다. 고마코가 자신에게 빠져드는 것이 시마무라는 이해가 안 되었다. 고마코의 전부가 시마무라에게 전해져 오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코에게는 시마무라의 그 무엇도 전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시마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가슴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이러한 시마무라의 자기 본위의 행동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었다.

눈 내리는 계절을 재촉하는 화로에 기대어 있자니, 시마무라는 이번에 돌아가면 이제 결코 이 온천에 다시 올 수 없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관 주인이 특별히 꺼내준 교토 산 옛 쇠주전자에서 부드러운 솔바람 소리가 났다. 꽃이며 새가 은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솔바람 소리는 두 가지가 겹쳐, 가깝고 먼 것을 구별해 낼 수 있었다. 또한 멀리서 들리는 솔바람 소리 저편에서는 작은 방울 소리가 아련히 울려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시마무라는 쇠주전자에 귀를 가까이 대고 방울 소리를 들었다. 방울이 울려대는 언저리 저 멀리, 방울 소리만큼 종종걸음치며 다가오는 고마코의 자그마한 발을 시마무라는 언뜻 보았다. 시마무라는 깜짝 놀라, 마침내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 그토록 고생한 무명의 장인은 이미죽은 지 오래고, 아름다운 지지미만이 남았다. 여름에 서늘한 감촉을 주는, 기마무라 같은 이들의 사치스런 옷으로 변했다.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 시마무라에게는 문득 신기하게 여겨졌다. 온 마음을 바친 사랑의 흔적은 그 어느 때고 미지의 장소에서 사람을 감동시키고야 마는 것일까? 

- 손끝까지 좋은 빛깔이군.

- 제 짐을 가져가지 않을래요?  
-> 이 문장은 문장 자체도 마음에 들지만 당시의 상황은 물론 불이난 극장에서 떨어진 요코를 짊어진 고모카의 모습과도 연결되며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
(-고마코는 게이샤의 긴 옷자락을 끌며 비틀거렸다. 요코를 가슴에 안고 돌아오려 했다. 필사적으로 버티려는 얼굴 아래, 요코의 승천할 듯 멍한 얼굴이 늘어져있었다. 고마코는 자신의 희생인지 형벌인지를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 여기서 새로 발견해 낸 기쁨은 눈으로 서양인의 춤을 볼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시마무라가 일본인의 서양무용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서양의 인쇄물에 의지하여 서양무용에 대해 글을 쓰는 것만큼 편한 일은 없었다. 보지 못한 무용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한 탁상공론이 없고 거의 천국의 시에 가깝다. 연구라 해도 무용가의 살아 움직이는 육체가 춤추는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의 상상으로 서양의 언어나 사진에서 떠오르는 그 자신의 공상이 춤추는 환영을 감상하는 것이다. 껵어보지 못한 사랑에 동경심을 품는 것과 흡사하다. 그런데도 가끔 서양무용 소개 따위를 쓴답시고 문필가의 말단에 끼였고, 그런 자신을 스스로 냉소하면서도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그에게 심리적 위안이 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 -_-.... 직업윤리 의심스럽고요? 

 시마무리가 고모코나 요코를 환상의 존재처럼 보는 듯한 느낌을 중간중간 받는데 고모코를 보며 그녀는 너무 깨끗했다는 둥 눈이 어쩌고 하며 이미지를 눈와 엮는가 하면(일기쓰고 책 읽는 것도 올려치기 처럼 나오는데 흔한 화류계 여자 판타지-잘 배우고 착한 여자인데 가련한 사정으로 팔려온- 처럼 느껴짐) 요코는 아름다운 목소리, 찌르는 듯한 눈빛으로 묘사하며 비현실 적인 눈으로 본다, 비현실적인 세계의 환영 같다는 서술을 곁들이기도 한다. 요코야 말로 시마무라의 궁극적인 이상향인듯. 왜냐하면! 시마무라를 요약하는 한 단어는 무위도식, 한 구절은 '비현실 적인 눈으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지켜보며 그저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것뿐이었다.' 임. 어쨌건 현실에 발 붙이고 사는 것은 아닌 느낌으로 부모의 풍족한 재산을 물려받은게 천만다행. 


# 번역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인상.

# 같은 출판사, 다른 역자로 출간 된 것도 있었음. 그쪽이 좀 더 어렵고 묵직해 보임. 나중에 읽어보려고 했는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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